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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실제 원고는 B5 판형으로 제작됩니다.

 

w. 비뇽

 

절 대 완 벽 신 혼

W. 비뇽

 

절대, 그건 사람이 쉽게 입에 올려서는 안 되는 단어다.

 

 

 

0.

절대(絕對). 그건 사람이 쉽게 입에 올려서는 안 되는 단어다. 그렇지만 그 단어는 언제나 부질없는 것들을 고귀하게 탈바꿈 시킬 때에나 쓰이곤 했다. 단언하는 어투로, 비장하게 내뱉어지며 다시없을 것들이라 칭송하며 붙었다.

 

- 절대로, 망하지 않을 거야. 그럼, 어떤 가문인데! 저 유려하게 곡선을 그리는 와인 분수를 보라지.

 

크고 화려한 집에서 와인 잔들이 서로 부딪히는 소리. 꺄르르 웃는 높은 웃음소리의 말미에 장식처럼 덧붙여지는 말들. 곱게 차려입은 아이는 뭘 모르고 하는 말이라 치부했다. 고개를 저으며 밖으로 나아간다. 거리는 어느 덧 검은 덧칠로 헝클어져 희미한 불빛들의 연속이었다. 불빛에서 시선을 돌리면 길거리의 부랑자가 눈물을 삼키며 스스로에게 다잡듯이 말한다.

 

- 또 기회를 준다면 절대로, 다시는 도박에 손을 대지 않겠어.

 

손을 벌벌 떨면서도 술병을 놓지 않고 있었다. 남루한 옷과 짙은 주름을 다잡으면서도 눈물을 떨구지는 않았다. 싸구려 위안이다. 소년은 말끔한 옷에 당첨 복권을 들고서 조소했다. 적선을 위해 길에 떨군 모자를 몇 번이고 확인하던 부랑자가 서둘러 터널을 벗어났다.

눈을 깜빡이니 햇살이 포근한 봄. 아직은 무구한 새싹 같은 아이들이 서로의 손가락에 자신의 것을 걸고는 볼우물이 움푹 패이도록 해맑게 웃었다.

 

- 절대로, 약속이야! 평생 친구!

 

아이들은 무엇이 그리 행복한지 서로의 손을 꼭 잡고 해맑게 웃었다. 학생은 아이들의 약속을 보며 희미한 웃음과 함께 외면했다. 문득 마주친 늙은이의 관록 있는 조언에는 거짓이라 맞받아쳤다. 그건 ‘코마에다 나기토’의 ‘절대’였다. 영원한 것은 없노라고. 모두, 허울뿐인 거짓말을 서로에게 옭아매며 살고 있다. 그런 인간들은 그가 제일 혐오하는 족속들이었다.

그래. 코마에는 평생 타인의 ‘절대’를 부정하고, 폄하하고 조소하였다. 그렇지 않겠는가. 어찌 그렇게 쉽게 말할 수 있나. 그것도 타인의 인생에 대해서, 눈깔사탕 같은 희망을 퍼붓는 존재들을 사랑할 수 있었겠는가. 그렇지만 지금에 와서는 그런 자신을 부정한다.

 

- 분명히, 절대, 행복해질 수 있어.

 

어린 시절의 자신은 그 말에 목을 매면서 고개를 끄덕였으나 지금에 와서는 그저 우스울 뿐이었다. 희망을 눈깔사탕처럼 쉽게 파는구나. 이 세계에서 희망처럼 귀한 것도, 어려운 것도 없음을 모두가 알고 있잖아?

그렇지만 코마에다는 이내 활짝 웃었다. 그렇지만 당신 말이 맞아. 난, 절대로 행복해질 수 있어. 바라던 것처럼. 지고의 행운을 손에 넣은 자가 해사하게 웃었다. 코마에다의 손가락에서 반짝거리는 간결한 디자인의 결혼반지가 햇살을 반사하면 반짝거렸다. 영원히 불변하는 사랑, 다이아몬드의 빛이 그의 삶을 축복하였다.

 

 

1.

익숙한 통증에 온 몸이 욱신거린다. 주로 허리와 목덜미에서 느껴지는 통증은 뇌에 박힐 정도로 선명해서 정확히 어느 근육이 아픈지도 찾아낼 수 있을 정도였다. 그와 동시에 자연스럽게 미간에는 기분 좋은 주름이 잡힌다.

계절은 더 없이 상냥한 봄, 기온은 오늘도 쾌적함. 햇살은 새하얀 이불 위를 골고루 매만지고 있었다. 손가락에 감기는 버석한 이불도 친근했다. 코마에다, 아니 이제 나기토로 스스로를 지칭하는 것이 더 유용하다. 미래기관에는 이제 코마에다가 두 명이었고, 나기토는 그 중에서 하얀 쪽을 맡았다. 하얀 쪽이라는 건 쿠즈류가 지어준 표현이었다. 두 사람을 대신해서 엄청난 양의 잔업을 처리하며 거뭇한 눈으로 ‘어이, 하얀 쪽.’이라고 불렀었지. 악의라곤 하나도 담기지 않은 표현이었고 나기토는 그 표현을 좋아했다.

 

어제를 기점으로 세계는 코마에다와 코마에다로 구성되었다. 세계의 구성이라니. 참으로 거대한 표현이지. 그렇지만 꼭 이렇게 말하고 싶었다. 세계에 둘이나 있는 코마에다. 이상한 일이지. 그리 좋지도 않은 제 성을, 그것도 반짝이는 태양을 닮은 성을 주저 없이 버리면서 원한다고 말하다니. 그러곤 촌스럽게 알만 굵은 반지를 어디서 구해와선 무엇하나 좋을 것 없는 이름을 달라며 활짝 웃었다. 이전까지 히나타 하지메였던 사람은 그렇게 코마에다 나기토가 되었다. 다른 사람들이 말하는 결혼에 해당하는 일이 일사천리로 진행되었다. 미래기관의 배려가 아닌 무시 속에서 빠르게 진행된 결혼은 어제 가장 큰 꽃을 피웠고, 오늘은 그 여흥이다. 키리기리와 나에기는 두 사람에게 신혼여행이란 이름의 긴 출장을 선물해주었다.

정말이지 온 세계가 두 사람을 축복하고 있다는 착각을 범할 정도로, 안온하게 이어지는 나날이었다.

 

"하지메. …하지메."

"으응, 나기토……."

 

조심스럽게 이름을 부르니 단단한 팔이 제 허리를 감았다. 미간을 찡그리고 자는 습관은 도무지 고쳐지지 않는데 언제쯤 나아지려나. 욱신거리는 허리를 조심스럽게 문지르면서도 눈은 여전히 감겨있다. 나기토는 조용히 속삭였다.

 

"신혼 아침을 이렇게 날리기는 아쉽지 않아?"

"으응, 아쉬워. 아쉬운데."

 

눈을 감고 칭얼거리듯 답하면서도 은근히 몸을 더듬는 손길은 능숙하다. 나기토는 찰싹 손을 치는 대신에 하지메의 품에 조심조심 파고들었다. 그러면 심장이 바닥으로 추락할 것처럼 놀라다가 따뜻한 수건에 감싸여져 풀어진다. 그래서 주저 없이 가장이라는 표현을 들이밀 수 있다. 내 삶을 둘러싼 일 중에서 분명히 최고의 일이니까. 그래서 다른 사소한 일들은 이제 모두 천천히 시간의 아래에서 부식되고 사라지겠지. 코마에다는 연인의 단단한 품안에서 아주 깊은 안도와 희망과, 절망을 동시에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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