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실제 원고는 B5 판형으로 제작됩니다.
w. 테이큰
루틴이 있는 생활은 위험하다. 안정감 있고 체계적인 생활을 할 수 있다는 장점이 분명 존재하지만, 히나타와 같은 삶을 사는 사람들에게 루틴은 곧 약점이 되기도 한다. 히나타는 강박적으로 생활의 절차를 만드는 타입은 아니었지만 동시에 일일이 그걸 신경 쓰면서 생활 패턴을 바꾸는 이도 아니었다. 그게 패착이었다.
사소한 방심이 낳은 빈틈을 상대는 날카롭게 파고들어왔다. 보통 때처럼 평범하게 뒷정리를 하고, 물을 조금 마시고 다시 침대에 누운 결과가 바로 이것이었다. 물에 섞여있던 수면제를 알아차리지 못하고 깊이 잠들어, 눈을 떴을 때는 사지가 모두 속박되어서 절체절명의 상황에 처해버린 것이다. 누가 이런 짓을? 그야, 가능성이 있는 것은 한 사람 밖에 없다.
“코마에다아…!”
“어라라, 히나타군, 일어났어?”
모함이라고 하지는 않을 것이다. 여유롭게 웃으면서 자신의 이마를 쓸어주는 손길을 느끼면서, 히나타는 눈에 힘을 더더욱 주었다. 진심으로 생명의 위협을 느끼지는 않지만, 이미 여러 가지로 위기이다. 코마에다와 함께 한 지 근 6년, 저런 얼굴로 웃고 있는 걸 보았을 때 아무 일도 없이 지나간 적이 더 드물었다. 심지어 성대하게도 침대에 양 손과 발을 뭔지 모를 벨트-아마도 특수한 플레이용일 것이다-로 단단히 묶인 이후이다. 뭉근하게 힘을 주어서 제 배 위에 올라타 있는 코마에다의 표정이 설령 어떤 것이었던 간에, 위기라는 것에는 변함이 없었을 것이다. 불만스러운 듯이 히나타는 허리를 한 번 들썩거렸다.
“아침부터 뭐 하는거야…! 내려와!”
“아핫…, 그런 소리 하지 말고…. 응, 히나타군…. 입으로는 그런 말을 하지만, 하지메는 솔직한 것 같은데…?”
“……!!”
어쩌면, 하고 생각했지만 역시나. 코마에다가 하체를 슬슬 움직여서 제 몸을 히나타의 아랫배에 문지르기 시작했다. 아침 발기가 일어나 이미 단단해져 있는 히나타의 것에 코마에다의 엉덩이가 슬쩍슬쩍 닿았다. 당연히 일어나자마자 버틸 수 있는 자극이 아니었기 때문에 히나타는 이를 악물었다.
“자, 장난치지 마!”
“장난 같은 거…, 아닌 걸…? 아니면, 응, 히나타군은 내가 장난을 쳐주길 바라는 걸까…?”
“장난이, 아니면, 읏, 더 곤란해…! 뭐, 뭔데, 갑자기?”
몸을 더 들썩여봤자 코마에다를 떨쳐내기는커녕 제 몸에 자극만 더 갈 뿐이라는 것을 알아차린 히나타가 겨우 몸을 멈추었다. 조금씩 오르는 호흡을 들키지 않기 위해서 히나타는 짧게 숨을 쉬어가면서 소리쳤다. 아하하, 하고 작게 웃은 코마에다가 몸을 앞으로 숙여서 히나타의 얼굴 가까이로 제 입술을 가져왔다. 이마를 짧게 스친 보드라운 입술이 그대로 조금 이동해서 히나타의 귀 바로 옆으로 갔다.
“뭔지 정말로 모르겠어, 히나타구운…?”
“아, 알지만…! 아니, 알지만 모른달까,”
다분히 의도적인 숨소리가 코마에다의 나긋한 목소리에 섞였다. 귀가 확 붉어졌다는 것을 알아차렸지만 감출 수도 없어서 히나타는 그대로 눈을 꾹 감고 고개를 획 돌렸다. 무시해도 될 것을, 곧이곧대로 정직하게 대답하는 히나타를 보면서 코마에다가 작게 쿡쿡거렸다.
“아핫, 수줍어하긴…. 그럼 몸에 직접 물어볼까?”
“…아?”
어쩐지 아까부터 미묘하게 평소랑 다른 말투를 쓴다 싶었더니, 작정을 한 듯이 코마에다가 키득거렸다. 순간 반응하지 못하고 히나타가 버벅거리는 틈에 길고 가느다란 손가락이 기어가듯이 히나타의 몸을 쓸면서 아래로 내려왔다. 파자마 상의 안쪽으로 파고들어온 손이 판판한 배를 간지럽히면서 다시 위로 올라가더니 단단한 가슴을 꽉 내리누른다. 히나타가 코마에다의 것에 달라붙는 빈도만큼은 아니지만 코마에다 역시 제법 집착하는 부분이다. 이미 진작에 달아올라 있는 히나타의 몸은 눈물이 날 정도로 정직하게 반응을 보이고 있었다. 간질거리는 듯 하느작거리는 손길이 근육의 결을 따라서 움직이다가 다시 힘을 꽉 주어서 주무른다. 탄력있는 피부가 코마에다의 손아래에서 멋대로 농락당했다.
“읏, 조, 좀, 코마에다…!”
“으응? 이제 좀 알겠어…?”
“알겠…으니까, 이제, 그만,”
어라라, 하고 목소리는 나오지 않았지만 딱 그 표정으로 코마에다가 눈을 깜빡거렸다. 고개까지 갸웃거리면서 히나타의 얼굴을 이리저리 살펴보는 시선이, 눈을 감고 있는 히나타의 옆얼굴 위로 따갑게 쏟아졌다.
“정말로 그만해도 괜찮은거야…?”
“…그, 거기, 는, 그만하고…. 얼른, 저기,”
간신히 실눈을 뜨고 코마에다의 표정을 살피자, 히나타와 마주친 눈이 부드럽게 녹아내리는 것이 보였다. 명백하게 놀림당하고 있다는 생각에 새삼 얼굴이 붉어졌지만, 지금 약점이 잡힌 쪽은 히나타이다. 히나타는 거칠어지는 숨을 꾹꾹 눌러 참으면서 재촉하듯이 허리를 작게 들썩거렸다. 두 손을 다 히나타의 가슴 위에 올리고 있던 터라 균형을 잃지는 않았지만, 물결에 올라탄 듯 몸이 작게 흔들리는 것을 느낀 코마에다가 부드럽게 웃었다.
“하아, 히나타군…. 참을성 없긴….”
책망하는 것 같지만 목소리는 사랑스러워서 견딜 수 없다는 듯이 부드럽게 녹아 있었다. 스륵, 하고 손이 다시 옷 바깥으로 빠져나가고 하체를 누르고 있던 무게도 사라졌다. 히나타의 다리 사이로 슬슬 자리를 옮긴 코마에다가 히나타의 바지를 천천히 끌어내렸다. 갑갑한 옷 아래에 갇혀 있던 것이 코마에다의 손에 붙잡혀 바깥으로 나왔다. 예민한 부분이 바깥공기에 노출되는 것을 느끼면서 히나타가 숨을 몰아쉬었다.
“으응…. 어디에, 뭘 넣어주면 좋겠어…?”
“하, 하아…?”
“얼른…?”
부드럽게 재촉하는 목소리는 장난기로 반짝거리고 있었지만, 이럴 때의 코마에다는 절대 물러서지 않는다. 당황으로 눈을 깜빡거리던 히나타가 겨우 말했다.
“내, 내 걸…. 네 안에…?”
“…아하하하! 히나타군, 정말…!”
“네, 네가 물어봤잖아!!”
시뻘게진 얼굴로 버럭하는 바람에, 히나타의 다리 위에 앉아있던 코마에다의 몸도 덜컹하고 흔들렸다. 거의 히나타의 다리 사이에 고개를 박고서 코마에다가 계속 깔깔거렸다. 수치심과, 어이없음과, 그리고 지근거리에서 느껴지는 코마에다의 숨결 때문에 히나타의 숨이 거칠어졌다. 잔뜩 씨근거리면서 히나타가 중얼거렸다.
“다, 달리, 뭐라고… 대답하면 되는데…?”
“으응, 아냐! 대정답이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