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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실제 원고는 B5 판형으로 제작됩니다.

본 작품에는 폭력, 강압, 감금, 강제적인 성관계, 부적절하거나 잘못된 의학적 묘사,

그 외 불쾌감을 느낄 수 있는 요소가 등장합니다. 

본 작품의 내용은 전부 허구로서 작성자는 범죄나 질병을 미화하려는 의도가 전혀 없습니다.

 

w. 고요

 

 

 

그리고 행복하게 살았습니다

 

히나타 하지메와 코마에다 나기토가 결혼을 한다.

 

77기가 그 소식을 들은 건 코마에다가 기관을 사직한 지 1년이 되던 봄이었다.

오랜만의 '코마에다 나기토'의 소식이었다. 일부는 귀를 의심했고 일부는 그런 소식을 전한 장본인, 즉 히나타의 머리 상태를 진심으로 걱정해 주었으며 일부는 '결혼'과 '코마에다 나기토'라는 단어가 함께 쓰일 수 있는 단어라는 것에 놀라워했다.

하지만 히나타 하지메는 그 모든 소요와 혼란이 지나가기를 참을성 있게 기다린 뒤 청첩장을 돌리기 시작했다. 늦게 알리게 되어 미안하다, 사정상 함께 인사하지 못하게 되어 유감이라는 침착한 사과는 덤이었다.

 

신랑 히나타 하지메

신부 히나타 나기토

               (옛 성: 코마에다)

 

툭,

기어이 종이가 바닥에 떨어지는 소리가 났다.

하지만 히나타의 진지한 표정 앞에서는 더 이상 당황만 하고 있을 수도 없었다.

미래기관에서도 이름 높은, 코마에다 나기토라는 인물의 명성(악명 높은 방면으로), 인성(혀를 내두르고 고개를 젓는 방면으로), 재능(파괴적인 방면으로), 성별(이 모든 것 이전에) 등에 대해서 길게 말할 필요는 없겠으나 77기는 다른 기관 사람들이 모르는 사실을 한 가지 더 알고 있었다.

 

이 77기의 리더일 뿐만 아니라 미래기관에서도 신망이 두터운 히나타 하지메는,

코마에다 나기토를 사랑하고 있었다.

그것도 짝사랑이었다.

 

어쩌다가 그렇게 되었는지까지는 정확히 모르지만(뇌 수술의 부작용이 아니겠느냐는 거침없는 견해도 있었다) 확실한 건 히나타가 마지막까지 일어나지 않던 코마에다를 깨우기 위하여 신세계 프로그램을 하던 중에 일이 잘못되었다는 것이었다.

히나타는 눈뜨지 않는 그를 위해서 헌신적으로 프로그램에 몰두했고, 그의 노력도 결실을 맺어 기어이 어느 날 코마에다는 눈을 떴다.

그 순간, 히나타는 이목도 아랑곳 않고 코마에다에게 입을 맞추었다.

경악으로 가득한 침묵 속에서 코마에다는 그를 밀쳐냈다.

그리고 그 뒤 줄곧 히나타를 무시했다.

 

코마에다 나기토는 코마에다 나기토였다. 미래기관이 자랑하는 사이코 테라피, 그림 같은 남국에서의 평화로운 수학여행도 결국 그의 뒤틀어짐을 고칠 수는 없었다. 그는 희망을 광신했고, 재능만이 전부라고 웃었으며, 절망을 딛고 나아가는 친구들 사이에서 스스로를 고립시켰다. 그리고 재능 없는 범재라고 히나타를 비난했다.

히나타 하지메는 과거의 히나타 하지메가 아니었다. 그는 스스로의 절망을 이겨냈고 친구들 모두를 절망의 늪에서 구해냈으며, 누구보다도 많은 프로젝트에 투입되면서도 늘 77기를 챙겼고 특히 코마에다에게는 헌신적이었다.

 

어쩌면 그 모든 것이 코마에다를 더 몰아붙였는지도 모른다고,

그로부터 몇 달 뒤 코마에다가 미래기관을 사직하자 누군가는 그렇게 생각했다.

그리고 이 청첩장은 그 이래 처음으로 듣는 코마에다의 소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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